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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블루노트 레코드_Blue Note Records: Beyond the Notes인생 영화 2019. 8. 28. 00:37
재즈를 워낙 좋아해서 호기심에 본 음악영화. 그리고 오늘 내 돈주고 또 봤다...
블루노트 레코드, 라는 재즈계에서 워낙 유명하고 전설처럼 여겨지는 레이블을 잘 몰랐는데. 거의 재즈 음악사에서 한 획을 그었을 정도로 영향력있고 유명한 레이블이였다.
한 번 더 본 이유는, 어떤 리뷰에서도 읽었던 것처럼 음악영화인데도 적고 싶은 구절이 많았기 때문.
그리고 정말 이 블루노트 레코드 라는 곳이, 참 특별했다. 사실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치고는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느낌이고(갑자기 결말이..? 급 마무리된 느낌) 그다지 작품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소재가 다 했던 것 같다는 생각. 음. 영화만 보자면 평이했는데, 이 영화가 다룬 블루노트 레코드가 그만큼 워낙 특별했던 것.
왜 특별하냐면, 이 레이블을 창립한 알프레드 라이온과 프랜시스 울프가 블루노트 레코드를 만들고 성장시켜냈던, 그 과정에서의 이들의 가치관이 매우 특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블루노트 레코드에 현재 속해 있고 과거 블루노트 레코드의 전설들과 함께했던, 그리고 전설이었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전개되는데 그들의 말 속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잠시 재즈의 암흑기를 거쳐 다시 블루노트 레코드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도, 창립 때부터 함께한 그 두 사람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왔기에 블루노트 레코드가 오늘날까지도 많은 재즈 뮤지션들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키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그 정신이란 무엇이냐고?
알프레드와 프랜시스는 과거 그 당시 자신들이 좋아 레이블을 설립했고, 그 정신에 따라 성공이나 히트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두 사람은 많은 연주가들을 데려다가, 그들과 가까이 지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들과 소통했고, 그저 그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이들과 함께 했던 이 예술가들도 그런 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런 정신이 있었기에 재즈계의 한 획을 그은 음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도 알고, 그것이 이들에게도 하나의 큰 가치관이 되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은 내면을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해요."
이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찾고,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도록 돕는 그 과정 전체를 인생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결국 창립때부터 이어져 온 그 정신에 의해 이들은 음악을 오로지 자신을 표현하는 그 수단으로서만, 그 순수한 목적으로서만 연주하고 함께 해 온 것이다.
그렇다 보니 뿐만 아니라 음악은 그들 자신이었기에 그들이 사는 시대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났을 때에, 그 움직임에 함께 동참하고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그 자유에 대한 정신이 음악 속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던 것.
그리고 재즈는 암흑기를 거쳐 힙합의 토대가 되고, 오늘날 힙합을 통해 세상에 메세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서도 재즈는 힙합의 멜로디로 쓰이기도 하고, 그 발전의 토대가 되어줌으로써 여전히 사명을 띤 표현 수단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 나온 음악들과 블루노트 레코드의 전설로 남은 음악가들을 대략 정리하자면,
Herbie Hancock 허비 행콕
Wayne Shorter 웨인 쇼터(색소폰 연주가, 작곡가) - 허비 행콕과 함께 영화에서 인터뷰어로 등장. Speak No Evil은 현재 블루노트 레코드를 맡고 있는 돈 와스도 이 음악을 들으면 명상하기가 너무 좋다며.. 음악 근데 정말 좋다.
Ali Shaheed Muhammad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 Tribe Called Quest의 멤버) - 영화에 삽입된 Oh My God 최고다 진짜. Q-Tip은 알고 있었는데 재즈를 요즘 음악에 가미하는 점이 신기했었다. 그래서 좋아했던 거였는데 여기서 그 기원을 알게 되고 와....
Art Blakey 아트 블레이키 - 밴드의 리더가 됨으로서 그 안에서 또 많은 리더를 배출해냈던 사람. 13살 때부터 탄광에서 일하면서 자신은 이미 어른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자꾸 밴드 안에서 리더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던 그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음악적으로는 참 멋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음. 개성도 진짜 뚜렷하고. 영화속에서는 더 재즈 메신저스와 함께한 모닝이 너무 좋았다.
Thelonious Monk 델로니어스 몽크 - 라운드 미드나이트 너무 좋음. 본인만의 것이 있었으며 흔들리지 않았다고. 너다워져라, 그래도 괜찮다 라는 메세지를 그의 음악에서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
Horace Silver 호레이스 실버 - Song for My Father 너무 좋음. 엄청난 히트를 쳤다고.
Miles Davis - 당신을 기다렸어요, 도 너무 좋다. 역시 엄청난 히트를 쳤다고.
Clifford Brown 클리포드 브라운 - 트럼펫 천재 연주가로 남은. 25살에 벌써 엄청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데, 음악에도 실제로 굉장히 진지하고 연습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런데 25살에 교통사고로 너무 일찍 떠난.. Breaking point가 좋다.
John Coltrane 존 콜트레인 - Blue Train 미침.
그리고 재즈 음악을 샘플링으로 차용했던 힙합 뮤지션들 - 루 도널드슨, 오드 빌리로, 사이판레스힐, 드라소울, 에미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그랜트 그리스.
영화 보면서 급하게 적은 대로 그냥 썼는데 그래서 이것이 제대로 다 쓴 것은 아님.. 그치만 이렇게 적어두고 나중에 나도 참고해야지!
아, 그리고 당시 프랜시스가 찍은 음악가들의 사진을 가지고 블루노트 레코드의 표지를 디자인했다던 리드 마일즈의 앨범 커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프란시스의 사진을 바탕으로 자신이 서체를 제작하여 강렬하고 포인트있게 앨범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다른 앨범이지만, 모두 블루노트 레코드 음반처럼 보였다고. 영화에서 촤라락 보여주는데 와.. 단순한 구성에 정말 강렬하게 색채와 서체로 포인트를 준. 너무 내 취향이었다. 찾아보니 아마존에서 이 앨범커버 디자인을 모아놓은 책도 팔던데.. 한국에서 팔았으면 샀을지도.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Oh my god은 진짜 중독성 강해서 요즘 엄청나게 많이 듣고 있다. 뮤직비디오도 뭔가.. 너무 특이하고, 특히 큐팁의 읊조리는 그 랩이 너무 좋다. 그런거보면 강하게 발음하고 욕설도 난무하고 그런 랩이 에미넴부터 시작된 것인가..? 싶기도 했음. 힙합에 대해 잘 모르니까. 요즘 힙합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아무튼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Oh my god 뿐만 아니라 이 음악이 수록된 앨범도 다 너무 좋더라. ㅠㅠ 요즘 무한재생임.
이 영화가 내게 이렇게 인상적이었고 두 번을 볼 정도로 좋았던 이유는, 워낙 재즈를 좋아했고 이 영화에서 몰랐던 재즈의 역사와 많은 뮤지션들 덕에 귀가 호강했고.. 그런 이유때문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블루노트 레코드의 정신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 진로와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것이 내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자신이기를 두려워 말라, 자신이 돼라, 그리고 그런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음악이라는 순수예술을 통해 정말 자신을 표현하는 그 수단으로서만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 그 자체인 삶을 살았던 영화 속 이 재즈계의 거장들이 굉장히 부럽기도 했다. 과거 그들이 그저 음악으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주었던 알프레드와 프랜시스라는 인물도 너무 신기하고, 그들의 이런 정신이 결국 재즈계의 한 획을 긋는 놀라운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도 다 너무 신기한 점... 그냥 한편으로는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성공의 비결을 엿본 느낌이기도 했다.
영화에서 알게 된 음악가들은 앞으로도 찾아보며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재즈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정말 유명하고 굵직한, 혹은 지금 재즈계에서 떠오르는 뮤지션들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재즈에 대해 더욱 풍덩 빠져들게 될 것만 같고, 재즈를 더 깊게 느끼고 감상할 수 있을 듯. 재즈 입문영로서도 그런 점에서는 음악영화 추천이다.
재즈를 알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 굵직한 메세지를 던져 준 인생 음악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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